시눌룩퍼레이드(2)
카테고리 없음2013. 3. 9. 11:16
행진을 하는 사람들의 그룹리더는 이 상을 들고 특이한 스텝과 손동작을 가진 춤을 추며 걸어간다. 이것을 단순하게 보고 있노라면 식민지 시절에 이들이 가톨릭을 받아들이며 이전의 문화는 지워지고 유럽에서 유입된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허나 마젤란이 세부에 처음으로 도착하기 이전부터 이미 그들은 고유한목조신상과 그 신앙을 가지고 있었으며 춤과 음악을 통해 제의를 완성해왔다. 시눌룩의 행렬은 그런 문화적 각인이 가톨릭 전파 이후에 목각의 형태와 대상의 명칭만 바뀌어서 똑같이 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종교는 그곳 문화의 옷을 입고 발현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화와 풍습은 그 어떤 종교와 신앙보다도 강한 집단과 집단의 정신의 연결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시눌룩을 보고 재밌어 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인 모습이 들어갔다 할지라도, 종교가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시대가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축제와 춤속에 담긴 그들의 정신. 그들의 문화. 그들의 메시지가 이 곳에 울려퍼지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시눌룩이라는 축제를 통해 필리핀을 본다. 그들을 본다. 그리고 그들을 듣는 것이다.